학문으로서의 지진학은 다른 기초자연과학 분야에 비하여 비교적 일천하며 정량적인 연구는 1880년에 지진계가 발명된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다. 지진계 발명 이전에도 초기의 지진학이 존재하였으나 자료의 비과학성, 불완전성, 부정확성 때문에 학문으로서의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실제로 지진에 관한 학문적으로 유용한 분석들은 18세기 이후부터 시작되었다(Richter, 1958). 초기의 지진학에서는 지진현상의 분석 및 이해가 주요 과제가 되었으나 지진계의 발명 이후 여러 종류의 지진파들의 정확한 주시곡선(走時曲線, travel time-distance curve)이 얻어짐에 따라 지진학자들은 이들을 분석함으로써 지구내부구조를 해명하려는 데에 많은 노력을 경주하였다. 이 결과로 지구내부구조가 비교적 상세히 밝혀졌으며 특히 1960년대 이후 전자계산기가 복잡한 지구물리학적 계산에 이용됨에 따라 실체파(body wave)에 추가하여 표면파(surface wave) 및 자유진동(free oscillation)의 분석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지구내부구조의 연구는 새로운 차원에 진입하게 되었다. 이와 병행하여 지진활동에 관한 연구도 꾸준히 진행되었다. 특히 1960년대에 지구과학계에 일대 혁명을 일으킨 판구조론(板構造論)의 정립에는 해저산맥, 해구(海溝) 등지의 지진활동이 지대한 기여를 했으며 역으로 판구조론은 전지구의 대체적인 지진활동을 새로운 시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하였다. 근년에 와서 지진활동에 관한 연구는 핵발전소를 비롯한 주요 산업시설에 대한 지진위험도의 평가가 주요한 문제로 부각됨에 따라 새로운 추진력을 얻게 되었으며 특히 비교적 지진활동이 낮아 등한시 되어오던 판내부의 지진활동에 대하여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한반도는 판구조론적인 견지에서 볼 때 유라시아(Eurasia)판의 내부에 위치하며, 따라서 한반도의 지진활동은 캘리포니아(California)나 일본 등지의 판경계 지진활동(interplate seismicity)이 아니고 중국 내부의 경우와 같이 판내부 지진활동(intraplate seismicity)의 범주에 속한다. 판내부 지진활동은 판경계 지진활동에 비하여 시공간적으로 매우 불규칙한 특성을 가지며(Allen, 1976) 엄밀한 의미로서 판구조론적인 설명이 불가능하다. 현재까지도 판내부 지진활동에 관하여 전세계적으로 만족할만한 통일된 이론은 정립되어 있지 않다. 바로 이 점에 한반도의 지진활동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당면하는 가장 큰 어려움이 있다.